2차 대전 당시 영국, 독일군의 공습을 피해 친척인 디고리 교수의 집으로 온 페번시가의 네 남매는 어느 날 거대한 저택에서의 무료함을 잊기 위해 숨바꼭질을 한다. 그러던 중 막내인 루시는 저택의 옷장을 들어갔다가, 그 옷장이 또 다른 세계인 나니아(Narnia)로 연결되는 통로임을 알아낸다. 이윽고 나니아로 온 네 남매는 군주인 사자 아슬란을 도와 겨울의 마녀인 제이디스와의 전쟁을 벌인다.

최근 들어 유명한 영국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연작 서사극의 영화화가 활발하다 . 그 포문이 터진것은 지난 2001년으로 조앤 롤링의 유명한 베스트 셀러인 [해리 포터], 그리고 J.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영화화 되었다. 특히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이 메가폰을 잡은 [반지의 제왕]은 3부작이 한꺼번에 촬영된 뒤 3년의 기간동안 분할되어 개봉하는 '모험에 가까운'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그럼에도 흥행이나 평단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원작과 영화와의 사이에 50년이 넘는 엄청난 세월이 자리잡고 있지만, 명작이 갖는 힘은 그 세월을 뛰어 넘을만큼 강력하다는 증거가 된 셈이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연작이 개봉되는 동안 헐리우드는 또 다른 소재를 물색 해왔고, 이즈음 별다른 논의의 여지 없이 물망에 오른 것이 바로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이다. [반지의 제왕]을 쓴 J.R 톨킨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고, 유명한 기독교 저술가이기도 한 루이스가 쓴 이 연작은 그가 집필한 많지 않은 소설 중 하나이다.

1950년, 첫 번째 연작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쓰여진 뒤 루이스는 마지막 책인 [최후의 대결]까지 모두 일곱권의 연작을 발표했고, 이 연대기들은 기독교 문학뿐만 아니라 판타지 소설계에서도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회자되고 있는 작품은 역시 첫 번째로 쓰여진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이다. 연대기의 순서상으로는 두 번째이지만 집필 순서상으로는 가장 처음에 쓰여진 이 책은 실질적으로 예수님의 생애를 담은 우화다. 사자인 아슬란이 예수님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고, 이를 다양한 캐릭터들과 플롯의 연동으로 구현해냄으로서 흥미진진함과 신앙에 대한 성찰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 소설은 가히 시대의 명작이라고 할 만 하다.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은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2004년 영화화가 발표 되었다.

[나니아 연대기]의 영화화는 한마디로 일대 사건이었다. 상상력에 기반한 스케일이 워낙 큰 내용이었기에 스크린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여러모로 [반지의 제왕]과 닮아있었다. 영화화의 실패,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등. 물론 이번 영화화의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 역시 [반지의 제왕]의 큰 성과였고, 당연히 여기에는 많은 기획이 선행되었다.

제작을 맡은 아동 미디어 그룹인 월든 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슈렉]을 감독했던 앤드류 애덤슨에게 메가폰을 맡겼고, 엄청난 분량의 특수효과를 위해 [반지의 제왕]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웨타(WETA) 스튜디오에게 기술부문을 맡겼다. 그리고 이 놀라운 스케일의 배급은 모두가 잘 아는 월트 디즈니사가 담당하기로 했다.

일사천리처럼 진행된 진행된 [사자,마녀와 옷장]은 미국에서 12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해리 포터]의 네 번째 시리즈와 [킹콩]이라는 어마어마한 블록버스터들이 함께 진을 치고 있는 12월의 라인업이라 그 흥행결과는 두고 봐야 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8천만 권 이상이 팔린 이 소설이 얼마나 은막에서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구현될까의 여부는 흥행결과와는 별개로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지난 4월에 있었던 가스펠 음악 주간의 둘째 날. 여느 음반 기획사와는 달리 낯익은 영화사가 컨벤션을 개최했다.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을 배급하는 월트 디즈니였다. 음악 컨퍼런스에 참가한 영화사는 분명 드문 모습이었지만, 그 이유는 분명했다. 기독교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인 본작의 영화판 사운드트랙에 CCM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의 사운드트랙의 기획은 98년 발표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와 사뭇 비슷하다. 극중 스코어 음악을 담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비롯해서 CCM 부문의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사운드트랙, 그리고 팝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사운드트랙 이렇게 3종류로 만들어질 예정으로 영화 개봉 2달 전인 10월 첫 번째 주자로 CCM 사운드트랙이 발매 되었다.

이처럼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CCM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분명 오랜만의 일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화제를 끌고 있는 영화이니만큼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아티스트들도 최근 가장 왕성한 활동상을 보이고 있는 최고의 탑 아티스트들로만 포진 되었다. 이들은 모두 새로운 곡들로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면서 본 사운드트랙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95년 등장이후 컬리지 락의 전형을 10년째 보여주고 있는 잘스 오브 클레이는 "Waiting for the World to Fall"로 오프닝을 끊고 있고, 이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가운데는 가장 대 선배인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은 "Remembering You"로, 크리스천 음악상의 대표적인 시상식인 도브상에서 2년 연속 남자보컬상을 수상한 제레미 캠프는 "Open Up Your Eyes"를 불렀다. 첫 앨범으로 화제를 모은 10대 아티스트인 베더니 딜런은 강렬한 느낌의 "Hero"로 참가했고, 영국의 모던워십 그룹 딜리리어스가 부른 "Stronger"는 본작과 비슷한 시기에 출반된 그들의 새 앨범 [Mission Bell]에도 수록된 곡이다.

곧 새 앨범 발표 준비를 하고 있는 호주 출신의 여성 아티스트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는 극중 캐릭터인 아슬란을 일컫는 노래인 "Lion"을 불렀다. 앨범 안에서 가장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New World"는 디씨 토크 출신의 힙합 싱어 토비 맥이 불렀고, 연이어지는 차분한 분위기의 곡 "I will Believe"는 역시 도브상 올해의 노래 부문 수상에 빛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니콜 노드먼이 불렀다.

앨범 안에서 가장 독특한 분위기의 곡인 "Turkish Delight"에 이어서 재능있는 신예그룹 커틀리스의 "More Than It Seems"가 이어지며, 앨범의 대미는 미국의 모던 워십 싱어 크리스 탐린의 "You're the One"이 장식하고 있다.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의 사운드트랙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 다양한 스타일이다. 앨범안의 테마들은 소설의 내용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이를 담은 음악들만큼은 참여한 아티스트들 각자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미국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사운드트랙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테마로 뭉친 최신 CCM 옴니버스의 음반으로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물론 2005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작 영화의 느낌을 이 사운드트랙을 통해 미리 체감해 본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아무쪼록 영화를 비롯해 사운드트랙의 훌륭한 성과에 힘입어 남은 연작까지도 스크린과 음반을 통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유재혁 (인피니스 웹기자 / ccmpage.com)